인체 제약회사 시절, 그 유명했던 “썰감 주사”

30년 전, 제가 한국 사노피(구 룻셀)에 입사해서 여러 약품들을 취급했지만 잊혀지지 않는 소염진통제가 있습니다. 바로 ‘썰감(Surgam) 주사’ — 성분은 티아프로펜산(Tiaprofenic acid). 90년대 후반 정형외과·신경외과 병동에서 꽤나 유명한 약물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약, 안좋은 입소문이 하나 있었습니다. “맞으면 무지하게 아픈 주사.”
티아프로펜산은 물에 잘 안 녹고 용액이 산성이라, 근육에 슈팅하는 순간 조직이 따갑게 반응합니다. 그래서 병동에서 이런 농담이 돌았죠.
“썰감 주사? 그건 통증 잊게 하는 데 최고지. 바늘 들어올 때 너무 아파서 원래 아프던 부위가 어딘지 까먹어버려.”
소염진통제인데 맞을 때 더 아픈 — 약학적으로 좀 아이러니한 약이었습니다.
제가 이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하나입니다.
사람용 NSAID는 어디까지나 사람 몸을 기준으로 만들어진 약이라는 것. 사람도 이렇게 자극이 있는데, 강아지 몸이라면 어떨까요?
이런 사람용 NSAID(타이레놀, 부루펜, 아스피린 등)는 강아지에게 절대 먹이면 안된다는걸 말씀 드리고 싶었습니다. 강아지는 사람보다 NSAID 대사 속도가 느려서, 한 알이 치명적인 위장 출혈·급성 신부전으로 이어질 수 있거든요. 응급실 가실수도 있어요.
✅ 사람이 먹는 음식과 약물 중에는 강아지에게 치명적인 것들이 많습니다 (강아지가 먹으면 안 되는 음식 10가지도 함께 확인해 보세요).”
자, 그럼 강아지에게는 어떤 약이 안전할까요? 오늘의 주인공 프레비콕스(Previcox) 이야기를 시작하겠습니다.

💬 NSAID(엔세이드)가 뭔가요?
Non-Steroidal Anti-Inflammatory Drug — “비(非)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 풀어 말하면 “스테로이드가 아닌, 염증과 통증을 잡는 약”이에요.
타이레놀(아세트아미노펜)은 사실 NSAID가 아닙니다. 진통·해열만 되고 염증은 못 잡아요. 반면 이부프로펜·나프록센·아스피린, 그리고 동물약품의 메타캄·리마딜·프레비콕스는 전부 NSAID 가족입니다.
작동 원리는 한 줄로: 몸에서 통증·염증 신호를 만드는 효소(COX, 콕스)를 차단해서 아픔과 부기를 줄입니다.
강아지 NSAID, 출신 성분이 완전히 다릅니다
보호자분들이 “강아지 소염진통제”를 검색하면 이름이 줄줄이 나오죠. 다 비슷 비슷해 보이지만, 출신이 완전히 달라요.
| 약 이름 | 성분 | 출신 | FDA 승인 |
|---|---|---|---|
| 리마딜 | 카프로펜 | 사람용 시도 → 동물 전용 전환 | 1996 |
| 데라막스 | 데라콕시브 | 개 전용 개발 | 2002 |
| 메타캄 | 멜록시캄 | 사람용(모빅) → 동물 적용 | 2003 |
| 프레비콕스 | 피로콕시브 | 개 전용 개발 | 2004 |
| 갈리프란트 | 그라피프란트 | 개 전용 개발 (신계열) | 2016 |
대부분의 강아지 NSAID는 사람 약을 동물에 맞춰 용량만 조절한 거예요.
하지만 프레비콕스(피로콕시브)는 처음부터 개의 몸을 기준으로 설계·시험된 약입니다. 사람 약을 빌려 쓴 게 아니에요. 프랑스 메리알이 개발해 2004년 FDA 승인, 베링거 인겔하임을 거쳐 현재 한국에서는 녹십자수의약품이 판권을 가지고 있습니다.

💬 COX-2 선택적 억제제? 그게 뭔가요?
몸에 COX(콕스)라는 효소가 두 종류 있습니다.
- COX-1: 위벽 보호·신장 혈류 유지 담당 (“착한 일”)
- COX-2: 염증·통증·발열 신호 생성 (“아픔의 주범”)
옛날 NSAID(아스피린, 카프로펜 등)는 둘을 구분 못 하고 다 막아버려서 위궤양·출혈 등이 생겼어요. COX-2 선택적 억제제는 나쁜 COX-2만 골라서 차단합니다. 비유하자면 “집 전체에 물 뿌리는 게 아니라, 불난 방에만 정확히 소화기를 쏘는” 그림 정도로 이해하시면 될거 같습니다.
Q1. 평생 먹어도 진짜 안전한가요?
관절염은 평생 관리입니다. 그래서 보호자분들 머리에 딱 이 생각이 들죠.
“매일… 평생… 우리 아이 위장이랑 신장 다 망가지는 거 아니야?”
당연한 걱정입니다. 사람도 진통제 오래 먹으면 위 망가지잖아요.
그런데 프레비콕스는 데이터가 다릅니다. 제조사 안전성 시험 결과:
- 생후 10주·체중 3kg 어린 강아지에게 정상 용량의 2배를 180일(6개월) 연속 투여 → 부작용 없음
- 성견에게 정상 용량의 3배를 180일 연속 투여 → 부작용 없음
💬 이게 왜 대단한 숫자인가요? 약물 안전성 시험에서 보통은 1배 용량 90일이면 통과예요. 그런데 프레비콕스는 2~3배 용량을 반년간 먹여도 멀쩡했습니다. 약학적으로 “안전역이 매우 넓다”고 표현합니다.
그리고 결정적 숫자 하나 — 제조사 자료에 따르면 COX-2를 100% 억제할 때 프레비콕스가 COX-1을 건드리는 비율은 단 3%입니다.
기존 NSAID들이 50% 이상 COX-1까지 막는 것과 비교하면 매우 낮은 수치입니다. 위벽 보호 기능을 97% 보존하면서 통증만 잡는다 — 이게 장기 복용 안전성의 약학적 근거거든요.
물론 어떤 약도 100%는 없습니다. 구토·설사 같은 일시적 부작용은 1만 마리 중 1~10마리, 신장·간 이상은 매우 드물게 1만 마리 중 1마리 이하로 보고됩니다. 그래서 수의사 처방·정기 혈액검사가 반드시 동반되어야 하는 거구요.
✅ 프레비콕스가 주로 처방되는 강아지 관절염 증상과 집에서 하는 관절 관리 글에서 통증의 원인부터 정리해 두었습니다.
Q2. 왜 이렇게 비싼가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 프레비콕스는 다른 강아지 NSAID보다 가격대가 있는 편입니다. 그게 조금 불편한 보호자분들 많으실 거예요.
“리마딜이나 메타캄은 더 싸던데, 왜 이건 비싸?”
이유는 명확합니다. 강아지 전용 신약이기 때문이에요.
사람 약 성분을 빌려 쓰면 임상 데이터가 이미 쌓여 있어서 동물용 전환 비용이 비교적 적습니다. 그런데 프레비콕스는 개를 위해 처음부터 따로 개발·임상시험을 거친 약이에요. 분자 합성부터 250마리 이상 대규모 안전성 시험까지, 그 비용이 약값에 반영됩니다.
감이 잘 안 오실 수 있어요. 사람 약으로 한번 비교해볼까요? 제가 나름 14년간 글로벌 제약회사 다녀서 일반인들보다는 그 이유에 대해 잘 알거든요. 제약회사 대변인 절대 아니고 팩트만 말씀 드리는 거니까 오해는 사절입니다.
콜레스테롤(고지혈증) 약으로 유명한 리피토(아토르바스타틴) 아시죠?
부모님이나 본인이 드시는 분 많으실 거예요. 이 약 하나 시장에 나오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쳤을까요?
- 후보물질 발굴: 화이자(당시 워너-램버트) 연구실에서 수많은 분자 중 하나 골라냄
- 전임상(동물시험): 안전성·독성 검증, 약 3~4년
- 임상 1상 (건강한 사람 소수): 안전성 확인
- 임상 2상 (환자 수백 명): 효과·용량 결정
- 임상 3상 (환자 수천 명): 대규모 검증, 보통 3~5년
- FDA 승인 심사: 추가 1~2년
- 최종 시판: 1997년
연구 시작부터 시판까지 약 10~15년, 비용은 1~3조 원. 그리고 이건 성공한 케이스만 본 거예요. 신약 후보물질 10개 중 9개는 임상 중간에 탈락합니다. 그 9개의 실패 비용까지 합치면, 살아남은 1개 약의 가격에 다 반영되는 거죠.
프레비콕스도 똑같은 길을 걸었습니다. 단, 대상이 사람이 아니라 개였다는 점만 다를 뿐이에요. 메리알 연구진이 1990년대 후반부터 피로콕시브 분자를 합성하기 시작해서, 250마리 이상 강아지 대상 안전성·유효성 임상을 거쳐 2004년 7월 FDA 승인을 받기까지 — 사람 신약과 동일한 단계, 동일한 비용 구조였습니다.
그래서 가격이 있는 거예요. 약값이 아니라, 그 약을 만들기까지의 시간과 데이터값인 셈입니다.
영업 시절 원장님들이 보호자분께 이렇게 설명하셨어요:
“이 약은 사람 약 가져다 쓴 게 아니라, 처음부터 강아지를 위해 만든 약입니다. 가격이 좀 있어도 위장 안 망가뜨리고 평생 관리할 수 있어요.”
그럼 대부분 납득하셨고, 3~4주 뒤 강아지 컨디션 보시고 만족하셨습니다.
Q4. 메타캄·리마딜과는 뭐가 다른가요?
세 약 다 강아지 골관절염에 쓰이지만, 성격이 다릅니다.
리마딜(카프로펜, 1996년 출시) — 가장 오래된 개 NSAID. 효과는 검증됐지만 COX-1·COX-2를 비교적 함께 억제해서 장기 복용 시 위장·간 부담이 상대적으로 큽니다. 미국에서 라브라도 견종의 간독성 사례가 보고된 적도 있습니다.
메타캄(멜록시캄, 2003년 출시) — 사람용 ‘모빅’을 동물에 적용. COX-2 우선 억제 성격이 있어 균형이 좋고 시럽 제형이라 소형견에 투여 편합니다. 현재 가장 널리 처방되는 약이에요. 다만 사람 약 출신이라 강아지 대사에 100% 최적화된 건 아닙니다.
프레비콕스(피로콕시브, 2004년 출시) — 강아지 전용으로 처음부터 개발.
COX-2 선택성이 가장 높고(COX-1 영향 3% 수준) 하루 한 알이라 컴플라이언스가 좋습니다. 30분 내 효과, 24시간 지속.
한 줄 정리: 리마딜은 클래식, 메타캄은 균형형, 프레비콕스는 정밀형. 노령견 장기 처방이거나 위장이 예민한 아이라면 프레비콕스가 처방 우선순위에 올라가는 이유입니다.

에스틴 시절 — 현장에서 본 프레비콕스
제가 ㈜에스틴에서 동물약품 영업을 담당할 때, 원장님들이 프레비콕스에 만족하셨던 포인트가 명확했습니다.
“김 이사, 프레비콕스는 보호자한테 자신 있게 권할 수 있어. 노령견한테도 길게 갈 수 있거든.”
✅ 프레비콕스를 가장 많이 처방받는 시기가 노령기입니다. 노령견 관리 6가지 필수 케어법에서 종합적인 케어법을 정리했습니다.
다른 약은 한 달 처방하면 슬슬 위장 걱정이 시작되는데, 프레비콕스는 용량을 늘려도, 오래 써도 탈이 적어서 처방의 자유도가 높았다는 거예요.
제가 현업에 있을때, 그러니까 에스틴에 있을때는 강아지 NSAID 최강자는 프레비콕스라고 자부할수 있는 약이었는데 동물약품 현장을 떠난 이후, 더 진화된 강아지 NSAID가 나왔더라구요.
바로 갈리프란트(Galliprant, 성분: 그라피프란트) — 미국 엘랑코(Elanco)가 개발했고, 한국에서는 한국엘랑코동물약품이 최근 정식 출시했습니다.
이 약이 흥미로운 이유는, NSAID인데 NSAID와 작동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에요. 프레비콕스가 “나쁜 COX-2만 골라서 막는다”였다면, 갈리프란트는 COX 효소 자체를 건드리지 않고, 그 한 단계 뒤에 있는 통증 신호 수신기(EP4 수용체)만 정확히 차단한다고 하네요.
그래서 위장·신장에 미치는 영향이 기존 NSAID 중 가장 적다고 알려져 있구요. 세계 최초·유일의 피프란트(piprant) 계열 약이라는 새 분류까지 만들어졌습니다.
다만 — 저는 이 약을 현장에서 직접 다뤄본 경험이 없습니다. 제가 동물약품 현업에서 떠난 후에 한국에 들어온 약이라, 원장님들 처방 후기나 보호자 만족도 데이터를 제 손으로 쌓은 적이 없어요. 그래서 이 글에서 갈리프란트를 깊게 다루지 못하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마무리
프레비콕스는 비싼 약이지만, 강아지 전용으로 처음부터 개발된 정밀한 NSAID라는 약학적 근거가 분명합니다. 다만 이 글은 일반 정보 제공이 목적이고, 실제 처방·용량은 반드시 수의사 상담 후 결정하셔야 합니다.
참고자료
- FDA DailyMed PREVICOX 라벨 정보
- 녹십자수의약품 프레비콕스 제품정보
- WSAVA Pain Management Guidelines
- Boehringer Ingelheim Animal Health 제품 자료
- Merck Veterinary Manual (NSAIDs in Animals)
사진 출처(Image Credit): 본 포스팅의 이미지는 Pixabay 및 Unsplash,Pexels의 무료 이미지를 사용하였습니다
작성자 정보: 다국적회사 제약 영업 14년 + 동물의약품 유통 총괄 10년 경력자(전 사노피, 에스틴 근무)가 전하는 더 많은 이야기는 아래에서 확인하실수 있습니다.
⚠️ 본 글은 24년간 동물의약품 및 인체 의약품 유통 현장에서 근무한 경험과 수의학적 팩트를 기반으로 작성되었습니다. 다만, 반려동물의 정확한 상태 진단과 치료는 반드시 전문 수의사의 진료를 받으시길 권장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