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잊히지 않는 두 장면: 쇼윈도와 외진 케이지
동물약품 유통업에 몸담았던 시절, 두 개의 장면이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습니다.

첫 번째 장면.
대전의 대형 펫샵이었어요. 각각의 투명 케이지 안에 백 마리가 넘는 아이들이 쇼윈도에 줄지어 있었습니다.
갓 태어난 듯한 어린 강아지들이 지나가는 사람마다 열성적으로 달려들며 “나 좀 데려가세요”라고 온몸으로 어필하는듯한 모습이죠.
반면에 어떤 아이들은 이미 모든걸 해봤다는듯 조용히 앉아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고요.
될 대로 되라는 듯, 언젠가는 여기서 나가겠지 하는 눈빛으로요.
다양한 품종, 다양한 나이, 다양한 성격의 아이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반짝이는 조명 아래, 깨끗한 유리 너머로.
두 번째 장면.
강화도 외진 동물병원이었어요.
구석 한쪽에 케이지가 여러 개 놓여 있었고, 그 안에는 성견들이 있었습니다. 갓난 아이가 아니라 누군가의 품에서 자라난 아이들이었어요. 한때는 소파에 올라앉고, 이름을 불리고, 밥을 얻어먹던 아이들이 이제 그 외진 공간에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자신이 버려진 줄도 모른 채로요.
그 아이들이 너무나 불쌍해서 가까히 다가가면 대부분은 아무런 반응이 없습니다. 쇼윈도 아이들과는 너무나 다른 반응이죠.
이 두 장면이 공존한다는 것. 참 아이러니하죠.

2.2024년 유기동물 통계, 하루 평균 350마리의 비극
농림축산검역본부의 2024년 공식 통계에 따르면,
한 해 동안 유기동물 106,824마리가 전국 동물보호센터에 입소했습니다.
하루 평균 350마리 가까운 아이들이 버려졌다는 뜻입니다.
그 아이들은 이후 어떻게 됐을까요?
원래 주인에게 돌아간 비율은 11.4%에 불과합니다.
새 가족을 만난 비율은 23.5%, 4마리 중 1마리입니다. 나머지 아이들은 어떻게 됐을까요?
자연사 27.6%, 안락사 18.5% — 합치면 46%가 보호소 안에서 생을 마감했습니다. 보호소에서 계속 기다리고 있는 아이들이 나머지 약 19%고요
버려진 아이들의 절반 가까이가 새 주인도, 옛 주인도 만나지 못하고 그렇게 갔습니다.
3.여름마다 반복되는 비극
방송에서 매년 여름마다 유기동물이 급증한다고 보도하죠. 이건 실제 데이터로도 확인됩니다. 유기 건수는 5월부터 7월 사이 가장 높고, 연휴가 많은 9~10월에도 급증합니다.
이유는 명확합니다. 여름 휴가를 떠나면서 데려갈 수 없다는 이유로 버리는 경우가 많거든요. 잠깐이 아니라 영원히요. 참 무책임하죠?
유기 이유 1위는 “생각보다 키우기 어려워서”(40%)입니다.
2위는 “이사 또는 가족 반대”(25%). 충동적으로 데려왔다가 책임지지 못하는 거예요.

4.가장 잔인한 현실
보호소에 있는 아이들 중에서도 입양이 잘 되는 아이들이 있고 그렇지 않은 아이들이 있습니다. 어리고 작고 품종견이면 입양 가능성이 높아요. 반면 중대형견, 노령견, 질병이 있는 아이들은 보호소에서 장기 체류하거나 안락사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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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도 그 외진 동물병원 케이지 안에 있던 아이들이 바로 그런 아이들이었을 거예요.
나이 들고, 크고, 어딘가 아픈, 그래서 그 누구한테도 관심없이 버려진 아이들.
쇼윈도 속 어린 강아지들과는 정반대의 조건을 가진 아이들.
같은 생명인데, 현실은 너무 다릅니다.

5.파양률 단 2%, 독일은 어떻게 생명을 보호하는가
독일에서는 반려견을 입양하려면 필기시험을 먼저 통과해야 합니다.
‘개와 법’, ‘개의 건강’, ‘개와 인간’을 주제로 한 35문항짜리 시험이에요. 합격 후에는 입양 심사가 기다립니다.
가족 구성원 전원의 동의, 집주인 동의서, 주거 면적, 금전적·시간적 여유까지 꼼꼼하게 따집니다. 입양 후에도 보호소 담당자가 가정방문을 통해 모니터링합니다. 이 전 과정이 통상 두 달 가까이 걸린다고 해요.
결과는 어떨까요?
독일 보호소(티어하임)의 파양률은 단 2%입니다. 파양 시에는 100유로(약 13만 원)의 비용을 내야 하고, 지역 사회에서 사실상 매장되는 수준의 사회적 비난을 각오해야 합니다. 이는 충분한 법률적 백그라운드가 있습니다.
① 독일과 한국, 법의 철학부터 다르다
독일 연방동물보호법 제1조는 이렇게 선언합니다.
“동물과 인간은 이 세상의 동등한 창조물이다. 어느 누구도 합당한 이유 없이 동물에게 고통, 질환, 손해를 입혀서는 안 된다.” — 독일 연방동물보호법 제1조 (1972년)
반면 한국 동물보호법 제1조는 이렇습니다.
“사람과 동물의 조화로운 공존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같은 동물보호법인데 — 출발점이 이렇게 다릅니다.
독일은 동물을 인간과 동등한 존재로 보고, 한국은 인간을 위한 공존의 관점에서 출발해요. 법의 철학이 다른 거예요.
② 미국 일부 주의 엄격한 입양 조건
미국 일부 주에서는 고양이 입양 시 반드시 2마리를 동시에 데려가야 하는 법도 있어요. 혼자 남겨지는 아이가 없도록요. 경제력, 주거 환경, 직업까지 심사하는 곳도 있습니다.
입양이 까다로울수록 오히려 더 오래, 더 책임감 있게 키운다는 걸 이 나라들이 증명하고 있습니다.

6.우리가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
독일처럼 면허시험까지는 당장 어렵더라도 — 현실적으로 도입할 수 있는 제도가 있습니다.
이 부분은 100% 필자의 뇌피셜이니 오해하지 말아주세요.
연 1~2회 반려동물 생존 신고제입니다.
입양한 반려동물이 잘 지내고 있는지 매년 1~2회 동물등록 시스템에 간단히 신고하는 거예요. 동물병원 방문 기록이나 사진 한 장으로도 충분합니다. 사진을 제출할때는 날짜가 자동저장된 사진이면 좋겠죠.
사실 한국에도 반려동물 사망 시 30일 이내 말소신고 의무가 있긴 합니다.
미신고시 50만원 과태료도 있구요. 근데 문제가 있습니다.
첫째, 등록된 동물만 해당해요. 등록률이 전국 53%니까 절반은 아예 해당이 없어요.
둘째, ‘죽었다’는 신고만 있고 ‘왜, 어떻게 죽었는지’는 묻지 않아요. 있다 하더라도 요식행위에 불과하구요.
6하원칙에 따른 사망 경위 신고까지 의무화해야 ‘버리고 죽었다고 신고하는 행위’를 어느정도는 근절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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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가 유기동물 관리에 쏟는 세금이 2024년 기준 464억 원입니다.
역대 최대 금액이에요. 이 돈의 상당 부분이 구조, 보호, 안락사 비용으로 쓰입니다. 예방이 아니라 사후 처리에 쓰이는 거예요.
처벌도 강화돼야 합니다. 현행 동물보호법은 유기 시 최대 300만 원 이하 벌금입니다. 국민의 80%는 이 처벌이 강화돼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동물 학대 시 2년 이상 징역을 부과하는 독일과 비교하면 턱없이 낮은 수준입니다.
7.마무리
쇼윈도 안에서 주인을 기다리는 아이와, 외진 케이지 안에서 주인을 기다리는 아이. 둘 다 똑같이 사랑받고 싶고, 따뜻한 품이 필요한 생명입니다.

입양을 생각하신다면 펫샵보다 가까운 보호소를 먼저 방문해보세요.
거기에도 당신을 기다리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쇼윈도 조명보다는 조금 덜 빛나지만, 마음은 똑같이 따뜻한 아이들이요.
그리고 지금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다면 — 오늘 한번 더 안아줘요. 그 아이에게 당신은 전부니까요
작성자 정보: 25년 경력의 의약품 전문가(전 사노피, 에스틴 근무)가 전하는 더 많은 이야기는 아래에서 확인하실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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펫씨
참고 자료
- 농림축산검역본부. 「2024년 반려동물 보호·복지 실태조사」. 데일리벳 보도 (2025.06.13). dailyvet.co.kr
- 농림축산식품부 공공데이터포털. 반려견 유기 계절성 분석 보고서. data.mafra.go.kr
- KB경영연구소. 「2025 한국반려동물 보고서」. kbthink.com
- 부산일보. “[반려의 품격] 아무나 키울 수 없다 — 반려동물 천국 독일” (2019.11.29). busan.com
- 디지털타임스. “독일서 반려견 키우기 위한 험난한 과정” (2018.03.26). dt.co.kr
- 비마이펫. “독일 동물복지가 세계 1등이라 불리는 이유”. mypetlife.co.kr
- 뉴스1. “작년 유기동물 11만 마리 중 18% 안락사” (2024.07.23). news1.kr
- 데일리벳. “작년에만 5만 마리 유기동물 안락사+자연사” (2025.06.19). dailyvet.co.kr
- 생활법령정보. 동물보호법 제15조 — 동물등록 말소신고. easylaw.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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