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저는 동물의약품 유통업에 종사하면서 그레인프리 사료 브랜드를 직접 판매하고 있었습니다.
당시 그레인프리는 프리미엄 사료의 상징이었고, 보호자들의 반응도 뜨거웠죠.
그레인프리가 아니면 안되는 분위기 였으니까요.
그런데 같은 해 미국에서는 반려견 보호자들을 충격에 빠뜨린 사건이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알고는 있었지만 제가 우려했던 일은 전혀 일어나지 않고 무사히(?)넘어갔던거 갔습니다

2018년, 그레인프리 사료에 무슨 일이 있었나?
지금 돌아보면 한국 시장에서 FDA 조사 결과가 거의 알려지지 않은 건 이유가 있었습니다.
제 뇌피셜로 말씀드리자면, 국내 사료 업계는 미국 FDA가 아닌 식약처와 농식품부 기준을 따르거든요. 그래도 FDA의 권위는 세계 거의 모든 국가의 모든 식품을 포함한 의약품 전반에 걸쳐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하는데… 암튼 잘 넘거간거 같습니다.
오늘 이 글은 그 사건에서 시작합니다.
2018년 여름, 미국 반려견 보호자들은 충격에 빠졌다.
골든 리트리버를 키우는 캘리포니아의 한 보호자가 갑자기 기력을 잃고 쓰러진 반려견을 동물병원에 데려갔습니다.진단명은 DCM, 확장성 심근병증이었습니다. 심장이 풍선처럼 늘어나 제대로 수축하지 못하는 치명적인 질환이에요.
담당 수의사는 의아했다. DCM은 도베르만, 그레이트 데인 같은 특정 대형견에서 유전적으로 발생하는 병이거든요. 골든 리트리버는 해당 품종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비슷한 시기, 전국 각지에서 동일한 진단을 받은 골든 리트리버가 속출하기 시작한거죠.
공통점은 하나였습니다. 모두 그레인프리 사료를 먹고 있었습니다.
2018년 7월, 미국 FDA는 전례 없는 공식 조사를 시작했습니다.
그레인프리 사료와 반려견 DCM(확장성 심근병증) 사이의 연관성을 조사한다는 내용이었죠. 1년 뒤인 2019년 6월FDA는 중간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2014년부터2019년까지수집된 사례만 560건, 이 중 119마리가 목숨을 잃었구요. 골든 리트리버가 95건으로 가장 많았고, 보고된 제품의91% 이상이 그레인프리 였습니다.
미국 반려견 커뮤니티는 순식간에 공황 상태가 됐죠. 수만 명의 보호자가 사료 봉투를 버렸습니다. 프리미엄 그레인프리 브랜드에는 환불 요청이 폭주했구요. 수의사들은 그레인프리를 당장 바꾸라고 권고했고, 동물병원 심장 검진 예약이 수개월치가 한꺼번에 몰리는 기이한 현상까지 빚어졌습니다.
그런데 7년이 지난 지금, 이 사건의 진실은 훨씬 복잡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그레인프리가 문제였을까요. 아니면 그레인프리 안에 숨어있던 다른 무언가가 문제였을까요. 지금 우리가 반려견에게 먹이는 그레인프리 사료는 정말 안전한 걸까요?
사료에서 말하는 ‘곡물’이란 무엇인가
그레인프리에서 배제되는 곡물이 정확히 무엇인지 먼저 짚고 가야 할 것 같습니다.

밀(Wheat)은 글루텐 함량이 높아 민감한 개체에서 소화 장애와 피부 알레르기를 유발할 수 있는 대표적 곡물입니다.
옥수수(Corn)는 저가 사료의 주요 탄수화물원으로 사용되거든요.
혈당 지수가 높아 비만 경향 견종에서 문제가 될 수 있는 인듯합니다.
보리(Barley), 귀리(Oat), 수수(Sorghum)도 식이섬유 공급원으로 활용되지만 그레인프리 기준에서는 모두 곡물로 분류됩니다.
쌀(Rice) — 백미, 현미, 흑미 모두 그레인프리에서 제외됩니다.
백미는 소화율이 높고 자극이 적어 오히려 민감한 강아지에게 적합한 탄수화물원이거든요.
현미는 식이섬유가 풍부하구요. 이렇게 강아지에게 이로울 수 있는 쌀조차 단지 ‘곡물’이라는 이유만으로 그레인프리에서 배제되는 겁니다.
반면 그 자리를 완두콩과 렌틸콩이 채우는 거죠. 과연 이게 더 나은 선택일까요?
여기서 중요한 사실이 하나 있네요. 그레인프리 사료가 곡물을 제거한다고 해서 탄수화물 자체가 없는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대부분의 그레인프리 사료는 곡물 대신 고구마, 감자, 완두콩, 렌틸콩 등으로 탄수화물을 대체하거든요. 이 대체 원료의 종류와 비중이 그레인프리 사료의 실질적인 품질을 결정하는 핵심 변수인 것입니다.
그레인프리 열풍은 어떻게 시작되었나
2010년대 초반, 반려동물 사료 시장에 하나의 거대한 물결이 일었습니다. “곡물 없음(Grain-Free)”이라는 문구가 프리미엄 사료의 상징처럼 자리 잡기 시작했죠. 2012년부터 2016년 사이 미국 내 그레인프리 사료 판매량은 무려 221% 급증했구요. 2024년 기준 미국 반려견의 40.3%가 그레인프리 사료를 섭취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네요.

그레인프리 사료가 인기를 얻은 배경에는 두 가지 논리가 있습니다.
첫째, 개의 조상인 늑대는 본래 곡물을 섭취하지 않았다는 진화적 관점이거든요.
둘째, 곡물 알레르기를 가진 반려견을 위한 저알레르기 식이 요법으로서의 활용입니다.
그런데 개는 정말 곡물을 소화 못 할까
여기서 한 가지 반전이 있어요.
개는 늑대와 약 1만 5천 년에 걸친 인간과의 공진화 과정을 거쳤습니다.
이 과정에서 전분을 소화하는 아밀라아제 유전자가 늑대보다 수배 증가했다는 사실이 밝혀졌거든요.
즉 현대의 개는 곡물 소화 능력 자체가 없지 않은 것입니다. 이 부분이 그레인프리 논리의 근본적인 한계인듯 합니다.
실제로 진짜 곡물 알레르기는 전체 개 중 0.2% 미만에 불과하다는 수의피부과학 연구 결과도 있습니요.
소화 장애나 피부 문제의 대부분은 곡물이 아닌 소고기, 닭고기, 유제품 같은 동물성 단백질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훨씬 많다고 합니다. 뭔가 이상하지 않으세요?
실제로 강아지 알레르기는 곡물보다 단백질 원료에서 더 많이 발생합니다.
단일 단백질 사료로 전환 후 피부와 귀 염증이 개선된 실제 사례가
궁금하다면 이 글을 참고해보세요.
단일 단백질 사료 전환 실제 경험담
AAFCO 기준으로 본 그레인프리 사료의 실상
미국 사료관리협회(AAFCO)는 반려동물 사료의 영양 기준을 설정하는 비영리 기관입니다.
미국 내 사료 라벨 규정과 영양 프로파일의 사실상 표준 역할을 하는 곳이죠.
AAFCO가 요구하는 것은 영양소의 충족이지, 특정 원료의 포함이나 배제가 아니거든요.
따라서 그레인프리 사료든 곡물 포함 사료든, AAFCO 기준을 충족하면 동일하게 “완전 균형 영양 사료”로 표기될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그레인프리라는 표기 자체가 영양학적 우월성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뜻이에요.
소화율 비교 — 실제 차이가 있는가
2022년 발표된 84일 비교 연구에서 동물성 단백질이 70% 이상인 그레인프리 사료는 곡물 포함 사료 대비 단백질 소화율 10%, 지방 소화율 7%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러나 일리노이 대학교 수의영양학과의 6개월 연구에서는 그레인프리와 곡물 포함 사료 모두 소화율에서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구요.
두류를 주 탄수화물원으로 사용한 그레인프리 사료는 장내 유익균에 의한 단쇄지방산 생성이 증가해 장 건강에는 일부 긍정적 영향을 미쳤습니다. 그러나 같은 두류 성분이 DCM 위험과 연관된다는 연구도 있죠. 장에는 좋을 수 있지만 심장에는 부담이 될 수 있다는 뜻이거든요.
2025년 발표된 종합 리뷰 논문의 결론은 이렇습니다.
동물성 단백질이 70% 이상인 고단백 그레인프리는 소화율에서 이점이 있지만, 식물성 단백질 비중이 높은 그레인프리는 일반 사료와 차이가 거의 없다는 것이죠.
결국 핵심은 이겁니다.
그레인프리 사료가 좋은 이유는 곡물을 뺐기 때문이 아니에요. 곡물을 빼고 그 자리를 동물성 고기로 채웠기 때문이거든요. 곡물을 빼고 완두콩과 렌틸콩으로 채웠다면 그건 그레인프리라는 이름만 빌린 것이지 실질적으로 더 나은 사료가 아닌 인듯합니다. 라벨이 아니라 성분표가 진짜 사료의 얼굴인 거죠.
두종류의 그레인프리 사료
시중의 그레인프리 사료는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뉩니다.

첫째는 동물성 단백질 비중이 높고 탄수화물원으로 고구마나 감자를 사용하는 유형이네요. 오리젠(Orijen)이 대표적입니다. 이 유형은 영양학적 근거가 충분하며 소화율에서 실질적 이점이 있죠.
둘째는 곡물 대신 완두콩, 렌틸콩, 병아리콩 등 두류를 대량으로 사용하는 유형입니다. 성분표 상위 5개 안에 완두콩이나 렌틸콩이 반복 등장하는 제품이 이에 해당하거든요. 이 유형은 그레인프리라는 마케팅 문구를 사용하지만 실질적으로 일반 사료와 영양학적 차이가 크지 않은 인듯합니다. FDA DCM 조사에서 지목된 제품의 93%가 바로 완두콩 또는 렌틸콩을 포함한 제품이었구요.
사실 동물성 단백질 비중이 높은 사료가 적은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원가가 비싸거든요. 동물성 원료는 완두콩이나 렌틸콩보다 3~5배 비쌉니다.
거기에 한국에서는 고기 원료가 많은 사료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은 편이구요. 예전 저가 사료들이 동물성 부산물을 마구 넣던 시절의 편견이 아직 남아있는 인듯합니다. 그래서 제조사 입장에서는 두류로 채우고 그레인프리 라벨만 붙이는 게 훨씬 유리한 거죠.
국내 주요 그레인프리 사료
오리젠(Orijen) — 캐나다 원산지. 신선육 및 탈수육 85% 이상 사용, 동물성 단백질 비중이 가장 높은 제품군에 속합니다.
웰니스 코어(Wellness CORE) — 미국 원산지, 유한양행 수입. 고단백 그레인프리 레시피로 국내 인지도가 높죠.
내추럴발란스 LID(Natural Balance LID) — 단일 단백질원 제한 성분 식이. 알레르기 관리 목적으로 설계된 그레인프리 라인이네요.
하림펫푸드 더리얼 그레인프리 — 국내 브랜드 중 휴먼그레이드 전용 공장 생산. 오븐베이크드 방식으로 단백질 변성을 최소화했구요.
인스팅트(Instinct) 오리지널 — 동결건조 원료를 외부 코팅으로 추가하는 방식. 생식에 가까운 영양 프로파일을 구현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아이누(INU) – (주)에스틴 제품입니다. 고품질 동물성 단백질을 사용한 하이포알러제닉 그레인프리 사료로써 기호성이 매우 우수하다는 평을 받습니다.(과거 제가 담당하던 사료였습니다)
결론 — 이렇게 선택하세요
그레인프리 사료 선택 시 라벨보다 성분표를 먼저 봐야 합니다.
성분표 1~3위가 구체적인 동물성 원료여야 하고, 완두콩이나 렌틸콩이 5위 안에 두 번 이상 등장하면 주의가 필요하죠. 타우린 또는 L-카르니틴이 별도 첨가된 제품이 DCM 위험 측면에서 유리하구요.

골든 리트리버, 래브라도, 도베르만 등 DCM 감수성이 높은 품종은 두류 함량이 높은 그레인프리 제품을 장기 급여할 때 특히 주의가 필요한 인듯합니다.
그레인프리라는 문구도 중요하지만 성분표가 진짜 사료의 얼굴이라는 것, 잊지 마세요.
올바른 사료 선택만큼 보관법도 중요합니다.
강아지 사료 올바른 보관법 확인하기
작성자 정보: 다국적회사 제약 영업 14년 + 동물의약품 유통 총괄 10년 경력자(전 사노피, 에스틴 근무)가 전하는 더 많은 이야기는 아래에서 확인하실수 있습니다.
작성자 소개글입니다
펫씨
📚 참고 자료
University of Illinois, “Impact of protein source and grain inclusion on digestibility” (2023)
AAFCO Dog Food Nutrient Profiles (2024)
FDA, Grain-Free Pet Food & DCM Investigation Updates (2018–2024)
PMC, “Grain-Free Diets for Dogs and Cats: An Updated Review” (2025)
ResearchGate, “Comparison of Digestibility, Grain-inclusive and Grain-free Dry Dog Foods”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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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글은 24년간 동물의약품 및 인체 의약품 유통 현장에서 근무한 경험과 수의학적 팩트를 기반으로 작성되었습니다. 다만, 반려동물의 정확한 상태 진단과 치료는 반드시 전문 수의사의 진료를 받으시길 권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