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쿠싱증후군이라는 이름이 아직은 낯설게 느껴지는 분들이 많으시죠.
사실 이 병명은 질환의 특성이 아니라 사람 이름에서 왔다는거 알고 계셨나요?
1932년 미국의 신경외과 의사 하비 쿠싱(Harvey Cushing) 박사가 코르티솔 과잉 분비로 인한 증상군을 처음 정의하면서 그의 이름을 따 쿠싱증후군이라 불리게 됐습니다.
매년 4월 8일이 쿠싱병의 날인 것도 이 날이 하비 쿠싱 박사의 생일이기 때문입니다.
사람에게도, 강아지에게도 같은 이름으로 불리는 이 질환은 90년이 지난 지금도 완치가 어려운 병으로 남아 있습니다.
자,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서 강아지 쿠싱 이야기를 해볼까요.
강아지 미용을 마치고 나면 보호자들이 깜짝 놀라는 순간이 있습니다.
털이 짧아지면서 드러난 피부에 붉은 반점이 군데군데 생겨 있고, 일부는 볼록하게 부풀어 오르기까지 합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16년을 함께한 깜순이의 여름 미용 후, 등과 옆구리에 붉은 점들이 생겼고, 발이 닿지 않는 부위를 벽에 비벼대며 드러눕고 그랬습니다.
처음엔 벌레 물린 줄 알았습니다. 그게 쿠싱증후군의 피부 신호였다는 걸 나중에야 알게 됐습니다.
나름 인체 제약회사, 동물 제약회사 합쳐서 24년을 의료계쪽에 있었는데 창피하더라구요.
쿠싱증후군이란 무엇인가
쿠싱증후군은 부신피질에서 코르티솔 호르몬이 과도하게 분비되는 내분비 질환입니다.
정식 명칭은 부신피질기능항진증이며, 주로 7세 이상 노령견에서 나타납니다.
소형견이 많은 우리나라에서 특히 자주 진단되는 질환 중 하나에요.
실제로 원장님들이랑 대화해보면 전체 질병중 원탑은 피부병이고 피부염·습진,외이염,곰팡이성 피부염,이런순이고 쿠싱도 상당부분이 있다고 하셨거든요.
암튼 이 코르티솔은 원래 스트레스 반응, 혈당 조절, 면역 조절 등 생존에 꼭 필요한 호르몬입니다.
문제는 이 호르몬이 만성적으로 과잉 분비될 때입니다.
피부 콜라겐이 파괴되고, 면역력이 떨어지고, 지방이 비정상적으로 축적되면서 온몸이 서서히 망가지기 시작합니다.
Tip.부신피질은 콩팥 위에 모자처럼 얹혀 있는 작은 기관의 겉부분인데, 여기서 스트레스 호르몬 코르티솔을 찍어냅니다
원인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 뇌하수체 종양입니다.
전체 쿠싱증후군의 약 85%를 차지합니다. 뇌하수체에 종양이 생기면 ACTH 호르몬이 과도하게 분비되고, 이것이 부신을 자극해 코르티솔을 끊임없이 만들어내죠.
둘째, 부신 종양입니다.
부신 자체에 종양이 생겨 코르티솔을 과잉 생산하는 경우로, 전체의 약 15%를 차지합니다.
셋째, 외인성 쿠싱입니다.
이것이 보호자들이 가장 모르는 원인입니다. 다른 질환을 치료하기 위해 스테로이드 약물을 장기간 투약했을 때 발생합니다. 깜순이의 경우가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피부질환 치료를 위해 덱사메타손 계열 약물을 사용했고, 장기 투약이 이어지면서 외인성 쿠싱 증상이 나타나게 되는 것이죠.
보호자가 알아야 할 증상 7가지
쿠싱증후군은 증상이 서서히 나타나기 때문에 노화로 착각하기 쉽습니다. 아래 증상이 복합적으로 나타난다면 반드시 검사를 받아야 해요.
물을 비정상적으로 많이 마시고 소변량이 늘어납니다.
항상 배고파하며 식욕이 폭발적으로 증가합니다. 배가 볼록하게 팽만해집니다.
쿠싱으로 인한 체중 증가와 비만이 걱정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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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가 얇아지고 붉은 반점이 생기며 군데군데 부풀어 오릅니다.
발이 닿지 않는 부위를 벽이나 바닥에 비벼대고 드러눕는 등 극심한 가려움을 호소하기도 해요. 좌우 대칭으로 털이 빠지기도 하구요. 무기력해지고 운동을 싫어할수도 있습니다.
특히 피부 증상은 미용 후 털이 짧아졌을 때 처음 발견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름 미용 시즌에 동물병원 방문이 늘어나는 이유이기도 하죠.
스테로이드에 대한 오해와 진실

쿠싱증후군 이야기가 나오면 많은 보호자들이 “스테로이드는 무조건 나쁜 약”이라고 단정짓는걸 병원에서 많이 봤습니다. 현장에서 수없이 들어온 말입니다. 하지만 이말은 너무나 잘못된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스테로이드, 즉 부신피질호르몬제는 인류가 개발한 약물 중 가장 강력한 항염증제 중 하나입니다.
급성 알레르기 반응, 자가면역질환, 뇌부종, 아나필락시스 쇼크 상황에서 스테로이드를 대체할 수 있는 약물은 현재 존재하지 않는걸로 알고 있습니다.
한독의 에스파손, 더마톱 같은 제품들이 독일에서 처음 도입됐을 때부터 지금까지 동물병원 현장에서 대체 불가 약물로 사용되고 있는 이유가 다 있는거죠.
저 역시 작년 갑상선 항진증으로 인한 안병증 진단을 받았습니다.
수술 전 선택지는 방사선 치료와 스테로이드 정맥주사였고, 10주 동안 매주 1시간씩 고용량 스테로이드 정맥주사를 맞았습니다. 인체 의학에서도 여전히 스테로이드가 핵심 치료제로 사용되는 현실입니다.
문제는 약 자체가 아니라 장기 투약이에요.
단기 처방에서는 명약이지만, 수개월 이상 지속적으로 투약하면 부신이 스스로 코르티솔을 과잉 생산하는 외인성 쿠싱이 유발될 수 있습니다.
쿠싱으로 인한 피부 증상이 지속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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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한때 NSAID, 즉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제가 대안으로 주목 받기도 했어요. 멜록시캄, 카프로펜 계열이 스테로이드 장기 투약의 부작용을 피하기 위한 선택지로 떠올랐던 것이죠.
하지만 NSAID도 위장·신장 부작용이 있어 만능 해결책은 아닙니다. 어떤 약이든 수의사의 정확한 진단과 처방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치료와 약물 관리

쿠싱증후군은 완치가 어려운 질환입니다. 관리의 개념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약물 치료의 1차 선택은 트릴로스탄입니다.
코르티솔 생합성을 억제하는 약물로 현재 가장 널리 사용되고 있습니다. 부신 종양이 원인인 경우에는 미토탄이 사용되기도 합니다.
두 약물 모두 용량이 너무 많거나 적으면 합병증이 생길 수 있어, 정기적인 혈액검사와 ACTH 자극 시험으로 코르티솔 수치를 모니터링하면서 용량을 조절하셔야 해요.
피부 증상에 대해서는 가려움 완화를 위한 보습 연고나 항균 연고를 보조적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단, 쿠싱 강아지에게 스테로이드 성분 연고를 임의로 바르는 것은 금물입니다. 코르티솔 과잉 상태에서 외부 스테로이드까지 더해지면 증상이 악화될 수 있어요.
뇌하수체 종양이 원인인 경우 방사선 치료나 수술을 고려하기도 하며, 당뇨·간부전·심장병 등 합병증 예방을 위한 간보호제와 추가 약물 처방이 병행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언제 병원에 가야 할까
위에서 언급한 증상 중 두 가지 이상이 동시에 나타난다면 바로 동물병원을 방문해야 합니다.
쿠싱증후군은 당장 응급상황을 만들지는 않지만, 방치하면 노화가 빨라지고 당뇨, 간부전, 심장병 등 심각한 합병증으로 이어집니다.
특히 스테로이드 계열 약물을 3개월 이상 투약 중인 강아지라면 정기적인 코르티솔 수치 확인을 권장합니다.
합병증으로 심장병이 우려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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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싱증후군은 무섭고 낯선 이름이지만, 조기에 발견하면 충분히 관리할 수 있는 질환입니다.
우리 깜순이가 그랬듯, 여름 미용 후 드러난 붉은 반점 하나가 중요한 신호일 수 있어요.
스테로이드는 페니실린,아스피린과 함께 인류가 개발한 약물중 가장 강력하고 유용한 약물로 꼽힙니다. 무조건적인 거부보다는 올바른 이해와 수의사와의 신뢰 있는 상담이 우리 아이를 지키는 가장 현명한 방법입니다.

깜순이가 바닥,벽에 등을 비벼대던 그 여름, 조금 더 일찍 알았더라면 하는 마음이 지금도 남습니다.
이 글이 같은 상황의 보호자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안내 말씀 본 글에 등장하는 약품명(트릴로스탄, 미토탄, 덱사메타손, 에스파손, 더마톱 등)은 특정 제품의 홍보나 판매를 목적으로 언급된 것이 아닙니다.
독자분들의 직접적인 이해를 돕기 위해 실제 임상에서 사용되는 약물명을 그대로 표기하였습니다. 모든 약물의 사용은 반드시 수의사의 진단과 처방에 따라야 합니다.
작성자 정보: 다국적회사 제약 영업 14년 + 동물의약품 유통 총괄 10년 경력자(전 사노피, 에스틴 근무)가 전하는 더 많은 이야기는 아래에서 확인하실수 있습니다.
작성자 소개글입니다
펫씨
참고자료
① 국립축산과학원 — 반려견 질병 통계 https://www.nias.go.kr (피부병 내원 1위 통계 근거)
② 대한수의학회 — 부신피질기능항진증 https://www.ksvs.or.kr
③ FDA — Vetoryl(트릴로스탄) 승인 정보 https://www.fda.gov/animal-veterinary
④ Feldman & Nelson — Canine and Feline Endocrinology 4th ed. (트릴로스탄, 미토탄 약물 근거 — 수의내분비학 교과서)
사진 출처(Image Credit): 본 포스팅의 이미지는 Pixabay 및 Unsplash,Pexels의 무료 이미지를 사용하였습니다.
⚠️ 본 글은 24년간 동물의약품 및 인체 의약품 유통 현장에서 근무한 경험과 수의학적 팩트를 기반으로 작성되었습니다. 다만, 반려동물의 정확한 상태 진단과 치료는 반드시 전문 수의사의 진료를 받으시길 권장합니다.